"모태기업까지 판다?" 위기의 애경그룹, 생존을 위한 극단적 선택

"모태기업까지 판다?" 위기의 애경그룹, 생존을 위한 극단적 선택. 제주항공 사고 이후 재무위기에 몰린 애경그룹이 71년 역사의 모태기업 애경산업을 매각하며 항공·화학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합니다.

애경그룹, 제주항공, 경영난, 매각 결정, 재무위기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최근 애경그룹의 파격적인 결단이 경영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2080' 치약과 '리큐' 세제의 제조사이자 그룹의 모태기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 결정은 단순한 계열사 매각을 넘어 그룹의 정체성과 직결된 중대한 행보로 업계에서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모태기업까지 판다?" 위기의 애경그룹, 생존을 위한 극단적 선택

애경그룹의 상징이자 모태기업인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는다는 결정은 그룹이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1954년 창립된 애경산업은 '2080' 치약, '리큐' 세제, '케라시스' 같은 생활용품과 '에이지투웨니스(AGE 20's)'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안정적인 수익원이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이번 결정은 창립 71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지난 4월 1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임직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 6791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했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에 달하는 견실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진 기업을 내놓겠다는 것은 그룹의 위기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재무구조 모색 방안 중 하나로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여러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제주항공의 생존과 그룹 전체의 미래를 위해 내린 어려운 결정입니다."

💰 왜 애경그룹은 자신의 뿌리를 팔아야 했나?

애경그룹의 이번 매각 결정은 그룹 전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절실한 선택입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32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0년(233.9%)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로, 그룹의 재무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차입금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AK홀딩스는,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는데, 이러한 주담대(주식담보대출) 차입금은 3330억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 증거금(마진콜)을 요구받을 수 있어 유동성 위기가 가중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사고는 그룹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제주항공 주가는 최근 1년간 약 40%가량 하락했고, 사고 이후에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한 차입금 구조에서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 제주항공의 위기, 애경그룹 흔드는 '블랙스완'

제주항공은 한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5년 국내 LCC 최초로 상장하며 업계 선두 기업이자 그룹의 중추 계열사로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가 회복세를 보이며 제주항공도 2023년 169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고환율 여파로 영업이익이 799억원으로 52.9% 감소했습니다.

무안공항 사고는 제주항공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사고 발생 이후 단 이틀 만에 6만 8000여 건의 항공권이 취소되었고, 이는 제주항공의 현금 흐름의 주요 항목인 '선수금'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항공사에서 선수금은 항공권 구매자가 미리 결제하는 금액으로, 사용 전까지는 부채로 처리되고 후에는 매출로 전환됩니다. 대규모 환불로 인해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된 것입니다.

또한 제주항공의 재무건전성도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2024년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유동비율은 39.4%로, 적정 수준(150~20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39억원으로 전년 동기(3016억원) 대비 68.9% 감소했습니다.

📊 애경산업 매각,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매각 대상은 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입니다. 4월 초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약 3600억원으로, 단순 지분가치는 2200억원에서 24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가치를 합치면 최종 매각가가 약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은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분야인 만큼, 적지 않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각 대상으로는 국내외 화장품·생활용품 기업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SI)나 사모펀드(PEF)가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애경산업의 브랜드 가치와 시장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업계의 반응과 항공업계의 지각변동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애경산업 매각 결정을 두고 "극단적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제주항공의 경우 부채 규모와 최근 안전 사고 등 중첩된 문제로 인해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입니다.

현재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신규 항공사 진입 등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애경산업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제주항공의 회생과 경쟁력 강화에 어떻게 활용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한편, 애경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AK플라자는, 애경케미칼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으며, 애경산업 역시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 애경그룹의 미래는? 항공·화학 중심 사업 재편 불가피

애경산업 매각 이후 애경그룹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매각이 성사되면 애경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학과 항공 중심으로 재편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경그룹은 모태 사업인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을 정리하고,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경그룹은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고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고 추가 투자 여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항공 산업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상당히 위험한 베팅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제주항공 회생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혹은 애경산업 매각 이후에도 경영권은 유지하는 방식의 딜(Deal)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경그룹의 모태기업 애경산업 매각 결정은 말 그대로 '배수진'을 친 형국입니다. 제주항공의 생존이 그룹 전체의 미래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번 결정이 실제로 위기 타개책이 될지, 아니면 더 큰 리스크를 불러올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분명한 건, 이번 결정이 국내 재벌그룹의 계열사 구조조정에 있어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애경그룹의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항공업계와 경영계 모두가 애경그룹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창립 71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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