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서해 인공 구조물 설치, 제2의 남중국해 전략인가?

중국의 서해 인공 구조물, 어업시설? 아니면 해양 영토 확장 전략? 남중국해 전략의 재현 가능성과 한국의 대응, 국제법적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해양 권익 수호가 필요한 때입니다.

서해에서 중국이 설치한 인공 구조물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설치된 대형 철골 구조물은 단순한 어업 시설인지, 아니면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 전략의 일환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전략과 유사한 패턴이 서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닌지, 한국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해에서 중국이 설치한 인공 구조물

🌊 서해 인공 구조물 설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4년 11월경, 중국이 서해(황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다수의 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은 2000년 8월 3일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구역으로, 원칙적으로 자원 채취 및 구조물 설치가 금지되고 어업 및 항행만 허용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2022년 4월부터 이 수역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2024년 4월에는 철골 구조물 2기를 추가로 설치했으며, 12월에 다시 1기를 더 설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총 12기의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문제의 구조물, 정체는 무엇인가?

문제가 된 구조물은 '션란(宣蘭)' 1호, 2호로 불리는 대형 철골 구조물입니다. 직경 약 50-70m, 높이 50-70m 이상의 이 구조물은 실시간 해상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됐으며, 중국 산동성 칭다오 앞 잠정조치수역에 설치되었습니다.

2025년 2월 26일, 한국 해양수산부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이 구조물을 조사하기 위해 접근했을 때, 중국 요원들이 칼을 소지한 채 한국 요원들을 막아섰습니다. 한국 해경이 함정을 급파하면서 현장에서 중국 측과 2시간 동안 대치했지만, 결국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 중국의 주장: "어업용 양식 시설일 뿐"

중국은 이 구조물이 "심해 어업양식 시설"이라며 "중국 근해에 위치하고 있어 중국 측이 근해 해양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시설은 중국 국내법·국제법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중한어업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며, 협정에 따른 한국 측의 권익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은 이 수역을 '국가 심해양식 시험구'로 지정했으며, 칭다오시는 올해 안에 선란과 유사한 반잠수형 구조물 1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황해(서해의 중국 명칭)에 있는 중국 심해 어업양식 시설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 중 많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이 시설은 심해 어업양식 시설이고 중국 근해에 위치하고 있어 중국 측이 근해 해양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 입장문

🇰🇷 한국의 대응: "해양 권익 침해 안돼"

한국 정부는 2010년 중국이 서해(황해)를 자국의 내해(內海)로 규정한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이 서해 영유권 주장을 위한 근거 만들기에 나선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정부는 서해에서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해양 권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하에 앞으로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대형 부유물로 비례 대응 조치한 바 있다"며 "정지형 부유물을 설치해서 환경조사부터 시작, 대응 조치를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양과학 조사뿐만 아니라 (중국의) 양식장 특성을 파악할 장비로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중국 정부가 국내 정치에 혼란이 빚어진 틈을 노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대규모 구조물을 설치했다"며 "해양 분쟁의 씨앗을 심으려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 남중국해 선례, 서해에서 재현되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행보가 필리핀, 타이완 등과 영토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벌인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대공포와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 군사 요새로 만든 뒤 결국 인공섬을 중국 영토, 주변 바다는 중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남중국해 전략은 1947년 남중국해해단선 지정을 시작으로 1953년 구단선 지정, 2023년 십단선으로 변경하며 회색지대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남중국해 내해화를 90% 정도 달성한 상태입니다.

서해에서도 중국이 해양부이 설치, 해상민병 활동 등 회색지대전략을 치밀하게 구사해 왔으며, 이번 구조물 설치는 그 전략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서해공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일본의 오키노토리시마 사례와 비교

이와 비슷한 사례로 일본의 오키노토리시마 암초 사례가 있습니다. 오키노토리시마는 일본 도쿄의 남쪽으로 1740km에 위치한 작은 암초로, 만조 시에도 총 9㎡ 가량만 수면 위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섬'으로 주장하며 주변에 430,000㎡ 이상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1987년부터 암초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콘크리트 막과 방파제를 설치했고, 이후 해양과학기술 센터를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도 오키노토리시마가 섬이 아닌 암초일 뿐이며 EEZ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2016년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국제중재재판소(PCA) 판결에서는 면적이 40만㎡에 달하는 이투 아바 섬도 '섬의 지위'를 부정당한 바 있어, 오키노토리시마가 법적으로 섬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유사하게, 중국의 서해 구조물 역시 국제법상 영해나 EEZ를 주장할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 국제해양법상 인공섬의 지위

유엔해양법협약은 인공섬, 시설 및 구조물에 대해 섬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체 영해를 가지지 못하며, 해양경계획정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항행의 안전과 인공섬 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그 주위에 안전수역을 설치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이나 일본이 오키노토리시마에 설치한 인공 구조물 모두 법적으로는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실질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해양 영향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 서해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이 서해에서 보이는 행보는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내해화 공식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흑백지대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즉,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하려는 행위가 한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에 해당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 선을 넘으면 대칭적이고 비례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단순 외교적 대응을 넘어 우리도 잠정수역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비례적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비례 조치 포함해서 실효적으로 가능한 부분들 저희가 같이 고민하고 있고 정부에서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중 해양협력 대화에서 중국에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일방적 행위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 해양 영토 분쟁, 협력으로 해결해야

서해에서 중국의 인공 구조물 설치는 단순한 어업 시설 문제를 넘어 해양 영토와 주권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행보가 남중국해에서 보여준 전략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은 보다 적극적이고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군사적 충돌이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의 채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중 양국이 서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제법과 기존 협약을 존중하고, 상호 이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랍니다.

만약 일본이 동해에서 중국과 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동일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해양 영토와 주권의 문제는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사안이기에, 어느 나라든 국제법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협력할 때, 서해는 갈등이 아닌 공존과 번영의 바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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